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Review/novel

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, 김연수

 
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
‘나’라는 일인칭 세계에서 ‘너’라는 타인에게로 시야를 넓혀온 김연수가 나와 너, 그리고 우리, 그 전체를 조망하는 소설 『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』.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돼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어 작가로 자란 한 여자가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 한국 진남으로 향해 섬뜩하고 고통스러운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. 자신의 이름이 어째서 카밀라인지에 대한 물음에 “카밀라는 카밀라니까 카밀라인 거지”라는 무책임한 대답 말고는 들을 수 없는, 불완전한 과거조차 갖고 있지 못한 한 여자가 있다. 카밀라는 양부에게서 건네받은, 앳돼 보이는 여자가 어린아이를 안고 동백나무 앞에 서 있는 사진 한 장에 의존해, 한국 진남으로 향한다.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자신의 과거와 친부모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약속한 듯 진실을 감추려 든다. 진실에 가닿기 위한 모든 것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카밀라는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, 한 번 더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. 카밀라가 태어난 해인 1988년. 카밀라의 엄마 정지은은 친오빠의 아이를 낳았다는 추악한 소문에 휩싸인 채 모두의 외면 속에서,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이를 입양 보내게 되었고, 외롭게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. 그리고 그 불경한 소문은, 그 나잇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질투심에서 시작되었다.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 사실들만이 떠오르지만 카밀라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데……. 저자는 우리에게 서로가 건너기 힘든 아득한 심연이 있고,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며, 엄마가 자신을 낳아서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면, 이제 자신이 엄마를 생각해서 엄마를 존재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는 카밀라의 결심을 통해 확신과 정답으로 가득한 세계만이 진실이 아니며 카밀라, 혹은 우리가 다양한 경우 중에서 선택해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진실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.
저자
김연수
출판
문학동네
출판일
2015.10.03

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작가였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. 작가인 친구가 있는데 진작에 추천을 받기도 했었다. 

작품은 알라딘에 갔다가 작가의 여러 책 중에서 '당장 살 수 있는 책'으로 골랐다, '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'

장편이지만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다. 하지만 평소 읽는 속도가 느린 나는 일주일 동안 틈틈이 읽어 완독 했다. 

 

글 잘 쓰는 작가의 조금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.

 

가독성이 좋아서 글은 잘 읽힌다. 하지만 등장 인물의 시점이 바뀌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, 주인공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얽혀 있는 구조를 따라가는 게 나한테는 쉽지 않았다. 

그래도 주인공 카밀라(정희재)가 어머니(정지은)을 찾으면서 알게 되는 여러 가지 사실들이 주는 임팩트는 상당했다. 

카밀라가 진실을 찾기 위해 만나는 인물들과의 대화는 잔잔한 긴장감을 준다. 이 잔잔함이 오히려 반전을 극대화시켰던 것 같다.

영화로 잘 만들면 작품성을 인정받아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고,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영감을 줄 수 있는 작가라는 느낌도 받았다. 

개인적으로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빨리 읽어 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좋은 음식을 인스턴트처럼 먹어버린 것 같다...

시간을 따로 빼서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읽었으면 더 괜찮은 감상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.

 

여고생의 비극을 둘러싸고 등장인물들이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 수 있었다. 

소설을 관통 하는 주제가 녹아 있는 문단을 소개하고 짧은 서평을 마무리 하겠다. 

 

'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.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.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.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. "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."

나를 혼잣말하는 고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심연이다. 심연에서, 거기서, 건너가지 못한 채, 그럼에도 뭔가 말할 때,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 때, 그때 내 소설이 시작됐다. '

 

한때 심연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고 자만했던 적이 있었고 지금도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다.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고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. 

하지만 심연에 대한 문단을 읽고 또 읽다 보니 알게 되었다. 나 역시 당신이, 당신과 나 사이의 심연을 존중하지 않는 것만 생각하고 내가 당신과 나 사이의 심연을 존중하지 않은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을..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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