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작가였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. 작가인 친구가 있는데 진작에 추천을 받기도 했었다.
작품은 알라딘에 갔다가 작가의 여러 책 중에서 '당장 살 수 있는 책'으로 골랐다, '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'
장편이지만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다. 하지만 평소 읽는 속도가 느린 나는 일주일 동안 틈틈이 읽어 완독 했다.
글 잘 쓰는 작가의 조금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.
가독성이 좋아서 글은 잘 읽힌다. 하지만 등장 인물의 시점이 바뀌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, 주인공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얽혀 있는 구조를 따라가는 게 나한테는 쉽지 않았다.
그래도 주인공 카밀라(정희재)가 어머니(정지은)을 찾으면서 알게 되는 여러 가지 사실들이 주는 임팩트는 상당했다.
카밀라가 진실을 찾기 위해 만나는 인물들과의 대화는 잔잔한 긴장감을 준다. 이 잔잔함이 오히려 반전을 극대화시켰던 것 같다.
영화로 잘 만들면 작품성을 인정받아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고,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영감을 줄 수 있는 작가라는 느낌도 받았다.
개인적으로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빨리 읽어 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좋은 음식을 인스턴트처럼 먹어버린 것 같다...
시간을 따로 빼서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읽었으면 더 괜찮은 감상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.
여고생의 비극을 둘러싸고 등장인물들이 폭탄 돌리기를 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 수 있었다.
소설을 관통 하는 주제가 녹아 있는 문단을 소개하고 짧은 서평을 마무리 하겠다.
'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.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. 살아오면서 여러 번 그 심연 앞에서 주춤거렸다.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. "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."
나를 혼잣말하는 고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게 바로 그 심연이다. 심연에서, 거기서, 건너가지 못한 채, 그럼에도 뭔가 말할 때, 가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 때, 그때 내 소설이 시작됐다. '
한때 심연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고 자만했던 적이 있었고 지금도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다.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고 인간 관계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.
하지만 심연에 대한 문단을 읽고 또 읽다 보니 알게 되었다. 나 역시 당신이, 당신과 나 사이의 심연을 존중하지 않는 것만 생각하고 내가 당신과 나 사이의 심연을 존중하지 않은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을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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